#들어가며 : 내가 AI 부트캠프를 등록할 줄은 몰랐다.

Dasol Kim
10 min readMar 10, 2021

주의 :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의 후기까지, 다소 직설적인 표현들이 많습니다. 후기가 궁금한 분은 4번으로 바로가세요.

1. 퇴사 후 ~ 등록 전까지의 프롤로그

최종 스탯을 Data Analyst로 찍게 해준 회사를 원치 않게 그만두고, PM으로 야심차게 입사한 회사는 한 달만에 휘뚜루 마뚜루 사표를 쓰고 나왔다. 왜 좋은 회사 잘 다니다 그만뒀냐 물으면 ‘저랑 안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요’ 로 뭉뚱그려 말하긴 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숫자 감각이 없는데)어떻게 데이터 분석가가 되려고 하셨어요?” 라고 물었던 사수분의 팩폭 덕분이었다.

살면서 코딩은 전혀 접할 일도 없었고, 수학은 늘 발목을 잡는 과목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즐거우면서도 고통스러웠고,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했으며, 가장 집요해질 수 있던 순간은 데이터를 직접 핸들링한 때였다. 분석가 타이틀을 달고 일한 지난 1년이 너무 뿌듯해서 스스로를 꽉 안아주고 싶을 정도니까.

2. 나는 뭘 못하는 인간인가?

그리고 뿌듯함에 겨워, 나는 내게 부족한 부분을 외면하고 있었다. 사실 컴공, 통계, 수학등 관련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전공자의 비애’, ‘유리천장’ 등을 사용해대며 마치 억울한 듯이 말해왔지만, 사실 나는 답을 알고 있었는데 안한 것일 뿐이다.

- 파이썬 코딩 실력이 어느 순간 정체되어있다.

- 통계와 수학은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 ‘SQL 실력은 어느정도세요?’ 이 질문의 답변이 반 년 전과, 반 년 후가 같다.

-내 인사이트는 실력이 아니라, 지난 날들이 만들어준 도메인 지식때문이다.

퇴사 후 분석가 포지션에 여러 번 인터뷰를 봤고 항상 끝무렵에는 [분석가로서 잘 성장하고 싶은데, 내 커리어에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지] 업계선배로서 조언을 부탁드렸다. 몇 몇 기억에 남는 분들은 너무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셔서, 내가 뭐라고 이 소중한 시간에 이런 꿀 같은 말씀들을 해주시나 싶어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리뷰의 핵심은, 경험에 비해서 분석가로서의 기초지식이 부족하다는 것과 내가 진짜 데이터를 좋아하는 소위 ‘데이터 빠돌이’가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었다. 위를 바탕으로 내가 당시 깊게 고민했던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1. 내가 봐도 경험은 많은 것 같은데, 전문성에 스스로 의심이 들 때가 있다. → 전문성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 가?
  2. 시야가 좁아서 분석 방법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 시야를 어떻게 넓힐 수 있는가?
  3. 조직 내 여러 팀과 소통할 때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데이터팀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깊이가 부족하다.
    → 팀 내 소통이 원활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3.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식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별의 별 인강을 다 신청했다. 내가 듣는 수업이 많아지면 내 실력도 저절로 부풀어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급한 마음으로 달려들수록 현타는 씨-게 왔고 어느새 인강 방문 리텐션도 급격히 떨어졌으며, 그럴수록 하기 싫었다. 매일 같이 미디엄은 양질의 아티클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구독료가 아까울 정도로 공부를 안했다. 그냥 Python, Pandas, Dataframe, Visualization 이런 키워드가 보이면 일부러 외면했다. 난 쉬고 싶다면서, 쉴땐 좀 쉬면 안돼? 같은 억지도 부렸다.

4. 왜 코드스테이츠 AI 부트캠프를 신청했는가? 그리고 해보니 어떤가?

(1) 이미지 : 사실 코드스테이츠는 내가 구직공고를 보고 지원하고 싶었던 곳이라 학생으로 들어간다는게 좀 이상야리꾸리하긴 했지만, 내 주변에 비전공자인데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는 분들중 코드스테이츠 출신이 많아서 일단 브랜딩이 잘 되어있었다. 물론 구글에 ‘코드스테이츠’만 쳐도 뒤에 ‘비추'가 따라오는 검색어들이 있는걸로 보아, 그 후기들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모든 세션을 다 마친 지금 생각해보니 무엇을 말하려 하는 지는 알 것 같다. 다만 그런 것들은 나의 학습성향과 크게 관계없기에 중요한 기준이 아니었다.

(2) 비용 : 시세를 모르는 나로서는 주변에서 비싸단 얘길 많이 했는데, 내가 듣는 AI코스는 K디지털 트레이닝 코스로 국비 100%다. 국비에 대한 편견이 분명히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편견이 사라질만큼 잘 짜인 코스들이 있었고, 퀄리티도 너무 좋아서 일부 섹션은 내 돈 내고 들으라고 해도 들을 것 같다.

+ 좋다고 느꼈던 특정 영역을 언급하면 언급되지 않은 영역이 부족했다고 여길까봐 기술하진 않겠다.

(3) 커리큘럼 :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 국비 100%로 데이터 관련 클래스를 찾게되면, 100% 데이터관련 내용만 다루는 커리큘럼은 거의 없다. 아무래도 국비교육의 기대효과 => 실업률 낮춤 => 취업이 잘되어야함 이다보니, 타 학원의 여러 커리큘럼에는 취업률이 높은 js기반 프론트 엔지니어링 과정이 그득 그득 포함되어있었다. 뭐 당연히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에 있어서 서버 구축하고, 웹페이지까지 만들어서 띄우면 나이스하지만 데이터로 승부볼 수 없다면 웹개발자로라도 취업시키겠다는 마인드는 내가 공감하기 어려웠다. 고로 내겐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 커리큘럼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DS 엔트리급을 목표로 전 과정을 학습하므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모든 과정을 마친 지금, 정말 모든 과정이 필요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을때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게 되었다. 모든 영역을 다 베이스를 깔아두되, 본인이 잘 맞다고 느껴지는 세션을 따로 집요하게 파는 것을 추천한다.

(4) 수업방식 : 고등교육과정을 마친지가 어언 1n년이 지났는데 8시간 내내 수업을 ‘듣기만’ 하는 건 이제 못하는 뇌가 되었다. AI부트캠프에서 지식을 배우는 모든 과정은 티칭이 아니라 코칭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오전에 1–2시간 정도를 warm up자료로 뇌를 깨우고, 점심 전까지 짧게 lecture 영상을 보거나 코치님이 lecture 내용을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무한 과제…와 자기주도적 학습시간의 연속. 과제 제출 전엔 모두 Q&A를 진행하는데, 이게 또 대환장파티다. 내 동기분들의 이전 경험, 코딩 실력, 데이터관련 스킬의 갭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과제의 난이도를 체감하는 정도도 엄청나게 다르다.

(5) 수업 후 만족도 : 지금 3개월 째 수강중이고, 두 번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Section 3을 진행중인데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지인들도 나의 만족도가 꽤나 높다고 잘 들어간 케이스라고 했다.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은데, 매일 새로운걸 다량으로 머리에 집어넣어야 하는 것과(그래서 하루만 놓쳐도 한 주를 망칠 수 있다.) 어찌보면 방목이라고 여길 수 있는 코칭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현업경험이 없으면 만들 수 없는 lecture note들부터 처음 접하는 분들껜 쉽게, 유경험자에겐 본인을 리뷰해볼 수 있게 만드는 warm up 자료들, Q&A 세션에 가끔씩 아는만큼 알아들을 수 있는 꿀팁을 던져주고 공감해주고 멘탈을 관리해주는 코치님들까지 있어서, 나로선 구석 구석 가려운 부분들을 잘 채워줄 수 있는 잘 짜인 코스라 생각이 든다. 내 학습성향은 완전 혼자서는 텐션유지가 어렵지만, 공동의 목표로 학습하는 공동체가 있으면 그안에서 어느정도 autonomy를 보장받으면서 긴장감이 흐르는 걸 즐기는 타입이라 이 방식이 아주아주 마음에 든다.

+모든 세션 수강 후, 추가한 만족도(2021.8.20 기준)
만족도를 1~10까지 척도를 세운다면 수강 초반에는 9였고, 지금은 6정도로 떨어졌다. 만족하지 못한 세션들이 분명히 있었고,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학비로 나가는 세금과 내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진 경우
— 준비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대량으로 발견되는 경우
이런 이유들은 신설과정에서 겪는 성장통같은거니까, 보완해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 차례가 이미 지나간 후에 보완한 노트가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같은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 후배 기수들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지만 정작 나는 마루타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기때문이다. 어쨌든 여러 루트를 통해 어떤 강의들은 빠르게 피드백을 받아 촘촘하게 바꿔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어떤 강의들은 최근에 다시 봤을때도 제자리 걸음이었다.
— 강의 외의 방식들은 뭔가 올드하다고 느껴지는 것
본인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회고를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 받길래, 오픈된 분위기 속에서 피드백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라 생각했지만 정작 수강생이 강의 리뷰를 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고 느껴졌다. 뭔가 건의하고 싶다면 이슈셰어링으로 남겨야 하는 불편한 방식이었기에, 열린 문화인듯 보이지만 정작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비공개적인 채널로 이야기를 하도록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이 외에도 뭔가 교육 외적인 문제로 질문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어떤 루트로 물어봐야되는가는 알 수 없고 수강생이 적극적으로 아무 크루나 붙잡고 물어보든가, 무조건 이슈셰어링 채널 하나로 다 통합해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올드하다고 느껴졌다. 실력 좋으신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 점점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6) 혹시 지원을 고민하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뼈때리는 말: 기간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이 정도 기간도 투자 안하고 이 세계에 발을 들이려고 하는 것 부터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단순히 데이터가 요즘 뜨니까 AI가 미래를 바꿔놓는다고 하니까 얕은 호기심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도 조금은 위험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목표가 뚜렷한 분들도 매일 강도높은 학습을 하면서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자주 드는 곳이 부트캠프다. 어 ? 해보니까 나랑 잘맞는데~? 하고 이 분야를 더 파는 케이스는 너무 드물다. 이탈하는 사람들은 이미 Section1때 어느정도 탈주한 것 같고, 그 외의 동료분들은 지금까지 묵묵하게 잘 견뎌오고 있다. 탈주하는 분들을 보면 크게 3가지로 나눠지는 것 같은데, 취업을 해버렸거나, 이런 교육방식이 너무 맞지 않거나, 아니면 본인이 생각한 빅데이터는 이런게 아니었기 때문일 것 같다. 7개월은 누군가에겐 짧지만 쉽게 도전하기엔 긴 기간이다. 7개월만 고생하면 취업시켜주겠지! 하는 생각도 내려놓고 오시길 바란다. 지원할때 자소서 문항에도 들어있겠지만, 본인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꼭 고민해보고, 방향이 구체적인 분들이 이 커리큘럼과 맞는다고 생각하면 대환영이다.

(7) 지원중이거나, 지원하기로 결심한 분들께 : 맥북 안사도 괜찮고, 실제로 절반 이상이 윈도우쓴다. 대신 본인 컴 RAM이 8기가 이상인지 꼭 확인하길 바란다. (난 예전에 엄마가 쓰던 사무용 4기가짜리 써서 Colab Pro에서 안돌아가고 뻑나는 노트가 하나 있었다.) 몰라도 괜찮다는 강인한 멘탈, 스트레스 받을 때 먹는거 말고 풀 수 있는 다른 취미(운동 이즈 베스트…),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예전의 나와 비교하는 마인드를 준비하시면 좋다. 무엇보다도 본인이 어떤 도메인에 관심이 있는지는 미리 미리 스스로를 알고 오면 더더욱 좋다. 나는 실제로 부동산, 자율주행, 스포츠경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서 이런 데이터를 마주했을때 매우 당황스러웠고, 의무감에 하긴 했는데 재미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데이터를 만질때는 정말 날라다녔다. 혹시라도 관심있는 도메인이 없다면, 이곳에 와서 찾으셔도 된다. 다양한 분야에 있던 동료분들이 모이는 자리이기에, 서로 관심있어 하는 주제가 달라 프로젝트 발표영상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8) 부트캠프를 통해 내가 배운 ‘스킬’ 외의 것 : 질문을 잘 하는 방법, 피드백을 잘 주는 방법과 그를 통해 나도 받는사람도 성장하는 방법, 장기전에서 멘탈을 관리하는 방법, 보는 사람을 배려해서 코드와 주석을 작성하는 법 등. 중요한건 이 모든건 직접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판을 깔아줄 뿐…

부트캠프의 장점이자 단점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수강 후 내가 모르는걸 얼만큼 알게되었는지 아는 것] 에 있다. 주변에 일부 3–5년차 시니어를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사실 어렵다. 생각보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아마 나처럼 경험에 비해 기초가 부족한 Bad case로 성장하게 될텐데 이 경우에 최악은 모르는걸 들키기 싫어서 아는 척하는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난 크고 많은 목표가 없다. 다만 부트캠프가 끝나면,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부족한 나’가 얼만큼 스스로 만족스러워졌는지, 얼만큼 나아졌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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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ol Kim

Data Science | Growth Hacking | 고객에게 매끄러운 사용경험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하는 데이터 분석가입니다.